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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모(40)씨의 하루는 고되다. 낮에는 택배 검품·포장을, 밤에는 마트 판매 알바를 하며 하루 15시간씩 ‘투잡’을 뛴다. 39개월 아들을 위해서다. 아들은 또래보다 발달 속도가 느리다. 두돌이 될 때까지 말문이 트이지 않았다. 소아과에서 ‘언어·행동 치료를 받아보라’고 권유했고, 월 2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발달센터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김씨는 최근에 치료 횟수를 줄여야만 했다. 비용의 80% 정도를 실손보험으로 지급받았지만, 보험사가 ‘민간 자격자 치료는 지급 대상이 아니다’라며 방침을 바꿨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렇게 일해도 비용 부담이 커서 주 2회 받던 놀이치료는 1회로 줄였고, 행동 치료는 아예 못 받고 있는 상태”라며 “치료를 통해 나아지던 아이 발달이 정체되는 느낌이라 이대로 아이가 장애가 되는 건 아닐지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 > 발달지연 아동 부모들이 보험사의 지급기준 강화 이후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발달지연은 아동의 발달이 평균 기대치보다 25% 정도 뒤처져 있는 상태로, 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수 있지만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발달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가급적 이른 시기에 여러 치료가 필요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부모들은 실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 건보 적용 안되는 발달지연 치료, 실비마저 축소 > 어린이보험 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해상이 지난 5월부터 민간자격자에 의한 치료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발달지연 치료는 일부 국가자격 치료사(언어재활사·작업치료사)를 빼고는 상당수의 민간자격 치료사들에 의해 이뤄진다. 보험사는 민간 자격자들이 행하는 치료는 ‘의료행위’가 아니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논리다. 발달지연 아동 부모들의 모임인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 측은 “민간자격자에 의한 놀이·미술치료도 전문성과 효과가 충분히 입증된 치료”라며 “여태껏 보장되던 치료에 대해 갑자기 자격을 문제 삼는 건 보험금 지급을 줄이기 위한 꼼수”라고 맞서고 있다. > > 보험금 미지급에 대해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현대해상은 29일 민간자격자에게 치료받은 가입자들에게도 최대 6개월간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당사 보상 정책의 변경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간자격자에 의한 치료를 보장할 수 없다는 방침 자체는 그대로라는 의미다. 6개월 이후 언제든 다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 > 이번 갈등은 1차적으론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중단으로 인해 불거졌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정부 차원의 발달지연 치료 및 지원체계의 공백이 드러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민간자격자 문제도 정부가 진작 제도권에 편입해 관리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어떤 민간 자격증은 하루만 공부해도 취득할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허술하다”며 “이를 정부가 방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발달지연 치료에 대한 비용을 민간 보험사가 떠안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 > ‘코로나 베이비’ 발달지연 급증…“정부 책임 강화해야” > 코로나 시기 이후 발달지연 아동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발달지연 환자(R62 코드 기준)는 코로나 이전인 2018년 5만4295명에서 지난해 10만3107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2020년생 아이를 키우는 임모(35)씨는 “아이들은 세상을 보고 모방하며 자라는데, ‘코로나 베이비’들은 그럴 기회를 갖지 못했다”라며 “궁극적으로는 발달지연 치료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이 이뤄져 보험사와 갈등하며 치료비 걱정을 할 일이 없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 > 전문가들은 발달지연 치료 급여화를 비롯해 지원금 상향, 치료시설 확대 등의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아청소년행동발달증진학회 보험이사인 한은희 김포 우리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발달지연을 보는 기관들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 전국에 치료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일본·스웨덴·독일 등의 선진국은 치료가 무료에 가까울 정도로 국가가 책임지는데, 한국은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발달지연 상태인 아이들은 6세 이전에 치료 받으면 정상 발달로 갈 수 있어 조기에 개입할수록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 > 보건복지부는 바우처 형태로 발달 장애 및 지연에 대한 치료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최대 지급액이 월 20만원 안팎에 불과해, 실제 치료비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치료기관이 부족해 수개월을 대기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발달장애인권리보장법에 따라 모든 광역지자체에 1개소 이상 지정해야 하는 발달장애인거점병원 및 행동발달증진센터는 현재 9개 시·도에는 미지정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바우처 지원 대상과 거점병원 확대에 내년도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급여화 관련해서도 수요를 꾸준히 모니터링해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 >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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