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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통합교육이 어렵나요? 이렇게 지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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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통합교육, 어린이집 원장이 지원해야 할 다섯 가지
매년 상담 시즌이 되면 이런 요구를 받습니다. "우리 아이는 장애아가 아닌데 치료수업을 받고 있어요. 장애아가 아닌데 꼭 장애아반으로 가야 하나요?" 제 대답은 매년 같았습니다. "아이가 특별한 지원이 필요 없나요? 교사가 열다섯 명의 아이들을 보는데 '앉아보자', '화장실 갈사람 줄서보자' 이런 지시를 따로 손을 내밀어주거나 손을 잡아 끌어야 한거나 하는 도움이 없어도 비교적 수행을 잘 하나요?" 열에 아홉이상 그건 어렵다고 합니다. '장애아'라서 장애아반으로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소외되지 않고 너무 많이 혼나지 않으며 적절하게 자존감을 유지하며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장애아반이 필요할 뿐이라는 것을 설명해드립니다.


아이들을 잘 키워내기 위해서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말그대로 소외되지 않고 방임되지 않으려면 특별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시각 타이머나 일과표와 같은 시각 자료가 될 수도 있고, 같이 곁을 지켜줄 교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특별한 지원은 아이가,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지원입니다. 아이들에게 지원이 필요하듯, 통합교육에서는 교사에게도 지원이 필요합니다. 많은 운영자들이 법적, 행정적 테두리에 갖혀 실제적 지원을 잘 잊습니다. 아이들이 함께 하고 있는 교실을 깊이 들여다 보는 것이 쉽진 않습니다. 특히, 행정과 교육, 그리고 보육 모든 업무의 총 책임을 맡고 있는 어린이집 원장의 위치에서는 더욱 쉽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통합교육 혹은, 다양한 아이들을 보육하는 기관에서 원장이 지원해야 할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완전통합이 이상적이라 믿고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물리적 통합만으로 통합교육의 질이 개선될 수는 없습니다. ⓒ베이비뉴스
1. 제 연령을 존중해주세요

말을 하지 못한다고 혹은 발달이 느리다고 더 어린 반으로 편성하지 말아주세요. 제 연령으로 편성하는 것은 아이의 권리이기도 합니다. 제 또래 친구들과 놀이를 할 권리입니다. 제 나이를 존중받아야 합니다. 놀이가 부족하다고 동생 대접을 받는건 아이의 자존감을 깍아 내리는 행위가 되기도 하겠지요. 더구나 아이가 제 나이를 알고 있고 자기의 못함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 더 어린반으로 편성하는것은 하지 말아주세요. 잘하지 못함이 부족함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잘하지 못함은 아이들마다 '다름'일 뿐 부족함, 나쁨은 아닙니다.

비장애아이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장애아이들은 왜 머리 하나가 더 큰 아이가 왜 우리반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쉽게 다가가기도, 쉽게 친해지기도 어렵습니다. 동생처럼 대하자니 아닌 것 같고 형아처럼 대하자니 형아 같지 않습니다. 비장애아이들도 혼란스럽습니다. 이 부분은 운영자의 의지인 듯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느리고 잘 하지 못하는 아이를 제 연령에 배치해서 어떻게 하라고?'는 그 이후 부모, 선생님,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하면 됩니다. 

2. 무조건 치료실로 내몰지 말아주세요

왜 어린이집에서 치료수업을 더 많이 받으라 권하시는지 고민해봅니다. 사실 장애아교육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이의 중요한 시기에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있다가 아이의 중요한 시기를 놓쳐버리는 것은 아닌지 덜컥 겁이 나기도 합니다. 많은 원장님들을 만나보았지만 어린이집에 등원하는게 불편해서 치료실로 가길 바라는 원장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니까 전문적인 기관에서 도움을 받는게 더 낫다는 생각에서 나온 추천이었습니다. 많이들 인정하지 않으시지만 우리도 전문가입니다. 우리는 치료사들은 아니지만 보육전문가이자 교육전문가입니다. 치료실에 치료사들도 아이들의 식습관, 아이들의 대소변, 아이들의 낮잠을 알 방법이 없습니다. 안다고 해도 어린이집 교사들 만큼 많이 경험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의 발달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자라지 않습니다. 친절함을 유지해 반복해서 알려주고 작은단위로 잘라 알려주면, 교사가 아이를 포기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배우고 자랍니다. 그러니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은 치료실 부터 가는게 좋겠어요.', '결정적 시기에 치료를 많이 하는게 어린이집을 다니는 것보다 더 유익하지 않은가요?'라고 부모를 설득하지 말아주세요.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것은 모든 인간들의 기본입니다. 그저 어린이로서의 대우를 먼저 해주세요. 충분히 자고 잘 먹고, 충분히 놀게 해주세요.

3. 비장애아이들에게 양보와 배려를 강요하지 마세요

오래전 비장애아부모로부터 질문을 받았습니다. "장애아통합어린이집을 보냈는데, 아이가 장애아를 싫어해요. 장애통합어린이집을 보내면 배려심 깊은 아이가 될 줄 알았는데 아이에게 적지않게 실망하고 있어요. 뭐라고 설명해주면 좋을까요?"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비장애아이들은 양보와 배려를 배우러 장애통합어린이집에 오는것이 아닙니다. 그저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싸우고, 울고 다투고, 웃고, 떠들고, 놀려고 옵니다.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어린이집에 옵니다.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 속에 다양한 성격과 기질을  가진 아이들을 만나고, 그 사이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일 뿐입니다. 그리고 존중을 배웁니다. 배려를 배우기 전에 우리는 존중을 배워야 합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가 비장애아이의 장난감을 빼앗습니다. 비장애아이는 손을 뒤로 숨기며 거절의 의사를 표현합니다. 그 때 나와 눈이 마주칩니다. "아니야, 여깃어, 네가 가지고 놀아." 시선은 교실을 참관 중인 나에게 맞춘채, 장애아이의 손에 장난감을 쥐어줍니다. 아이의 눈빛은 서운함이 가득했습니다. "주기 싫으면 주지마. 네거였잖아. 내가 더 놀고 싶어서 지금은 안 된다고 해도 괜찮아." 사회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아이는 괜찮다며 순순히 장애아이에게 장난감을 양보합니다.

"통합교육을 오래해서 아이들이 양보와 배려를 잘해요." 교사의 부연설명은 그랬습니다. 아마도 그 상황을 마주하는 교사가 눈빛으로 양보에 대해 무한 하트를 발사하고 있진 않았는지 분명 돌아봐야 합니다. 아이들은, 적어도 유아기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배려받고 존중받아야 하는 대상이지 아직 배려가 몸에 배어 실천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닙니다.

4. 교사가 성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주세요

유치원의 특수학급은 보통 학급수가 비장애아반 학급수에 비해 적습니다. 특수학교는 그에 비해 장애아이들로만 구성돼 있어 학급수도 많고 특수교사들도 많습니다. 특수학교에서 가장 좋았던것은 마음 터놓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직장동료들이었습니다. 아이의 어려운 행동도, 부모와의 상담에서 속상했던 부분도 모두 공유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장애아반은 많지 않습니다. 아무리 많아도 장애전문어린이집이 아닌이상 비장애아반 수보다 많지 않습니다. 장애아반은 비장애아반 학급에서 함께 하지만 이상한 괴리감이 느껴지는 별당아씨 취급입니다. 이야기를 나눌 장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쉽게 나눌 수 있고 평가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학급 운영에 어려운 점을 토로할 수 있는 장이 먼저 필요합니다. 그래야 대안을 고민할 수 있고, 서로 지혜를 모아 성장할 수 있습니다.

5. 통합의 유형을 고민해보세요

통합은 장애와 비장애 모두 함께 같은 어린이집에 다닌다고 통합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정서, 발달 등을 충분히 고려해 학급은 편성하기 나름입니다. 아이가 비장애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과를 몹시 불편해 한다면 서서히 적응을 시키기 위한 별도의 공간으로 분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완전통합이 이상적이라 믿고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물리적 통합만으로 통합교육의 질이 개선될 수는 없습니다. 원의 운영 상황, 공간과 학급원아들의 구성, 교사들의 협력에 대한 태도 등에 따라 비장애아반과 장애아반을 어떤 형태로 운영할 것인지 논의하시면 됩니다. 학급의 수업 역시 그 원의 상황에 따라 정하시면 됩니다. 어느 어린이집은 비장애아반교사가 모든 수업을 다하고 보육 일지를 한교사가 모두 다 쓰는 반면 어떤 기관은 장애아반교사와 로테이션으로 수업을 하고 비장애아반교사는 일지를, 장애아반교사는 개별화교육일지를 쓰기도 합니다. 분명한 것은 교사간 협력이 잘 일어나면 완전 통합이 좀 더 수월하며 장애아와 비장애아아이들 사이에서도 구분짓기를 하지 않습니다.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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