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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잃게 되는 실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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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장] 이혜진 춘해보건대 작업치료과 교수

서로의 생각을 전하고 이해하는 것을 의사소통이라 한다.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에는 아기가 말을 배우기 전 울거나 웃는 것 이외에도 몸짓으로도 표현할 수 있으며,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활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많은 사람들은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으로 말을 선택한다. 오늘은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질환 중 특히, 신경계 손상으로 인해 말을 잃은 경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신경계 손상 환자들이 말을 잃은 증상을 보이면 넓은 의미로 실어증(Aphasia)이라고 한다. 우리가 말을 하며, 듣고 대화가 가능한 것은 뇌의 복잡한 인지처리과정을 거치게 된다. 언어를 담당하는 뇌 부위는 명확하다. 그렇기에 말로 대화를 한다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인지처리과정 중 하나이다. 노년기 사회 단절은 이러한 인지처리과정의 기회가 줄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심각한 충격을 받은 이후에 말을 잃게 되는 것처럼 정신적인 문제로 발생할 수 도 있지만, 대게는 뇌에 문제가 생겨 언어를 잃는 경우가 많다. 실어증에는 다양한 증상과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같은 실어증이라도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방법과 일상생활에서 줄 수 있는 보상적인 방법이 다르다.

 실어증 환자의 언어를 치료하는 치료사는 언어치료사라고 한다. 언어치료사들은 아동들의 언어발달부터 시작해서 신경계 손상 환자들에 언어재활까지 담당한다. 재활치료 영역 안에 있는 전문가들은 대게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로 나눈다. 그중 언어영역에서 특화된 치료사가 언어치료사이다. 작업치료사가 실어증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중재법은 언어치료사가 제공하는 치료법과는 다르다. 작업치료에서 인지재활 과정 중 언어치료와 비슷한 치료 활동을 보고, 보호자들이 가끔씩 언어치료를 중단해도 될 것인가 물어본다.

 병원 언어치료는 비수가로 책정되는 내용이 많을 수 있다. 그래서 보호자가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작업치료사가 제공하는 언어재활은 신체, 일상생활활동, 인지 등 담당 치료사의 치료계획과 환자 컨디션에 맞게 다양한 치료를 제공하다 보니 통합된 작업치료 수가로 인정되기도 한다. 비슷해 보이는 부분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언어치료 또는 언어재활은 특화된 언어치료사의 치료개입이 꼭 필요하다.

 작업치료사와 언어치료사는 3~4년을 공부하고 국가면허시험에 합격해 보건복지부에 승인을 받는 국가면허다. 그래서 언어, 신체, 인지 등 환자 재활에 결과와 회복 속도를 높이고 싶으면 각 재활 전문가에 개입이 꼭 들어가야 한다.

 오래전부터 뇌과학자들은 뇌의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뇌부위를 확인했다. 대표적인 두 가지 언어 영역이 있다.

 첫 번째, 브로카 영역이라고 한다. 운동성 실어증이라고도 하며, 브로카 영역 손상으로 나타나는 큰 증상은 이해는 가능하나, 언어로 표현이 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말을 하는데 필요한 근육자체에 손상이 없는 것으로 오로지 브로카 영역에 손상으로 말을 잃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에는 말이 유창하지 않고 말수가 적으며, 대화 시 막힘이나 머뭇거림이 많아진다. 명사나 동사 등의 내용어의 사용에 비해 조사, 접속사 같은 기능어 사용이 적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문장이 짧고 말을 처음 시작하는 게 힘들다. 강세나 억양이 단조롭고 속도가 느려, 질병에 이해도가 없는 사람이 브로카 실어증 환자와 대화 시에는 답답함을 느끼기 쉽다. 

 브로카 실어증 환자들은 자신의 장애를 인식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답답해하고 우울감이 높다. 대부분 우측편마비 환자에다가 말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대인기피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말하고 쓰는 능력에 비해 읽기 능력은 좋다. 그래서 설명문이나 책은 곧 잘 읽게 된다. 그래서 더 혼자서 말은 하지 않고 책이나 영상시청을 몰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더욱 환자들에게 말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입술을 보고 대화하려는 시도를 해야 최종 재활까지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

 두 번째, 베르니케 영역이라고 한다.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들은 언어 표현은 비교적 잘 구사하지만, 언어에 이해적인 부분에서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다. 다르게 받아들이기에 표현에서도 맥락에 맞지 않은 문장을 구사한다던지, 엉뚱한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경우로 나타난다. 베르니케 실어증은 유창하게 말을 잘한다고 해서 유창성 실어증이라고 한다.

 베르니케는 브로카와는 반대로 말수가 많고 말을 유창하게 긴 문장을 구사한다. 자세히 들어보면 전혀 문맥에 맞지 않은 말이다. '오늘 버스를 탔는데, 거기서 김치찌개가 나와서 내가 너무 무서워가지고, 엄마가 화장실을 갔어' 이런 형태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에는 문장에 길이가 증가할수록 오류가 증가하기에, 짧고 간결하게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들은 장애에 대한 인식이 브로카 실어증 환자들과는 반대로 부족하다. 그리하여 심리적인 문제는 다소 적으며, 아무 말이나 타인과 길게 이야기하는 경향으로 시끄럽게 느껴지거나, 보호자분들에 보호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발생될 수 있다. 따라 말하기, 명명하기 기능도 잘 못하고 질문에 대한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 전반적 실어증(Global Aphasia)라고 하는 실어증이 있다. 언어 이해력과 표현력에 있어서 장애 정도가 가장 심한 실어증이다.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등 언어의 모든 양식에서 문제를 나타내게 된다. 이 경우는 몸동작이나 손동작, 얼굴표정 등에 대한 이해력은 보일 수 있어, 시범을 보여주거나 보호자가 앞에서 하는 행동을 따라 할 수는 있다. 이 경우는 오른쪽 편마비와 오른쪽 감각 손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실어증이라는 말을 잃는 병은 뇌를 다친 환자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증상이다. 필자의 아버지께서도 브로카 실어증으로 표현을 전혀 할 수 없으셨다. 그저 응응하는 소리 표현으로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오른손을 저어 가는 것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표현 방법이었다.

 실어증은 재활과정에 어느 정도 회복되기도 하며, 좋아지기도 하지만 완벽하게 이전에 상태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실어증에 대한 증상을 받아들여 환경과 조정하며, 보상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실어증 환자와의 대화방법을 습득하고 원활한 의사소통 상황을 만들 수 있게 보호자와 환자, 주변 사람들은 서로 확인할 수 있는 신호를 만들고 적응해야 한다. 원활한 의사소통, 그 결과는 언어재활에 있어 최종 목표로 세워져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할 수 없고, 의사소통에서 타인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에서 오는 답답함은 듣는 사람보다 말을 할 수 없는 본인이 제일 불편하고 답답할 것이다.  이혜진 춘해보건대 작업치료과 교수

출처 : 울산신문(https://www.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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